엉뚱방뚱's 인문학 이야기

울고 싶을 때 함께 울어줄 책 3권

엉뚱방뚱 2025. 6. 3. 21:35

밤하늘에 홀로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 우리는 이유를 묻기보다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곁에 둔다면 위로가 되고,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문장들이 담긴 책 세 권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여유로운 자리에서 조용히 한 권씩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로 추천하는 책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입니다. 이 소설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아들이, 딸이, 남편이 각자의 기억을 더듬으며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과정만 담고 있지 않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바쁘다는 이유로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엄마의 희생과 사랑을 차례로 되돌아봅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등장인물의 회상 속에서 엄마의 얼굴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아쉽고 안타까운 감정이 우리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어느 한 문장, 혹은 한 장면에서 우리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고향의 냄새, 부모님의 손길, 가벼웠던 오빠의 농담까지,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이 책이 울음을 자아내는 이유는 단연 어머니라는 존재의 절대적인 무게 때문입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던 일상 뒤편에는 늘 엄마의 보이지 않는 땀과 눈물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니까요. 작가는 과도한 수식 없이도 인물의 마음 깊숙한 곳을 정확히 짚어 내는데, 그 묘사는 소리 없는 울림으로 독자의 가슴을 흔듭니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잘 드러내지 못했던 마음, 너무나도 당연하게만 여겼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눈물 한 모금으로 그동안 외면해왔던 감정을 풀어내고 싶을 때, 『엄마를 부탁해』는 단연 첫손에 꼽히는 작품입니다.

 

두 번째로 추천드릴 책은 백세희 작가의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입니다. 이 책은 작가의 개인적인 우울증 경험을 솔직 담백한 문장으로 풀어낸 기록입니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극도의 공허함 속에서도 사소한 것 하나, 예를 들어 따끈한 떡볶이 한 뭉치가 유일한 위안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상 속에서 기분이 가라앉고,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순간을 겪었던 독자라면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공감과 위안이 번갈아 몰려올 것입니다. 단순한 자기 고백이나 추상적인 위로가 아니라,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실제로 꺼내 보이는 듯한 솔직함이 이 작품의 강점입니다.

책을 덮는 순간, 독자는 스스로를 불러세우고 위로해 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괜찮은 날이다’라는 작은 희망이, 페이지 사이사이에서 귓가에 속삭이듯 깃들기 때문입니다. 울음 뒤에는 반드시 따뜻한 위로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따뜻함을 전해 주는 손길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눈물을 쏟기보다는, 울고 난 뒤의 공허함을 감싸 안아 주는 역할을 하기에 적격입니다. 아픔을 깊이 느끼고 싶을 때, 그리고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간절히 원할 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세 번째로 소개할 책은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쇼코의 미소』입니다. 이 소설은 어릴 적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어 스무 살에도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미소라는 여자와, 그녀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중학생 소년 마코토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소설은 마코토의 시선으로 진행되는데, 그가 미소를 바라보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 때로는 바뀌어 버린 그녀의 모습을 마주하며 겪는 슬픔과 죄책감이 아주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작품 전반에 깔린 정서는 ‘과거의 기억’과 ‘잃어버린 시간’을 애도하는 애잔함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소중했던 누군가가 어느 순간 다르게 남겨져 버린다는 사실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을 무너뜨립니다.

『쇼코의 미소』가 가지는 매력은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독자의 가슴 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는 데 있습니다. 작가는 소설 속 문장 한 줄로도 깊은 슬픔을 담아 내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피어나는 순수한 우정과 사랑의 잔가지들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렇게 울음을 허락한 뒤, 우리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가 얼마나 큰 치유가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마음에 멍울이 생긴 채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를 때, 이 책의 한 페이지에 기대어 마음을 달래 보시길 권합니다.

이 세 권의 책을 통해 우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눈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엄마를 부탁해』는 가족을 둘러싼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공허와 고통 속에서도 살아갈 이유를 찾도록 도와주며, 『쇼코의 미소』는 잃어버린 시간 앞에서 느끼는 슬픔과 그것을 견디는 연대의 힘을 전해 줍니다. 울고 나서야 비로소 가볍게 숨 쉴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듯, 이 책들이 여러분에게도 그런 순간을 선사하길 바랍니다.

끝으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건네는 작은 당부가 있습니다. 울고 싶을 때 눈물을 억누르지 말고, 오히려 충분히 흘려 보세요. 그리고 그 곁에 책 한 권을 두고 페이지를 넘겨 보세요. 때로는 글자가 꺼내는 울림이, 가장 진한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밤, 혹은 어느 흐린 오후, 이 책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