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방뚱's 인문학 이야기

“소리의 풍경: 길거리 소음이 만든 도시의 교향곡”

엉뚱방뚱 2025. 7. 10. 22:37

“도시의 숨겨진 교향곡, 들려보셨나요?”
발걸음 소리, 경적, 대화 소음, 지하철에서 울려 퍼지는 안내 방송까지—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길거리 소음들이 모여 어느새 한 편의 교향곡을 만들어 냅니다. 오늘은 **“소리의 풍경: 길거리 소음이 만든 도시의 교향곡”**이라는 주제로, 도시라는 거대한 악단이 연주하는 소리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네 권의 책을 소개해 드릴게요.

1. 『사운드스케이프: 우리의 소리 환경과 세계의 조율』

(저자: 레이먼드 머리 셰퍼·김광호 옮김, 난다, 2017)
“소리가 우리의 삶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리를 짓눌러야 할 때도 있다.”

캐나다의 음악가이자 음향 생태학자 레이먼드 머리 셰퍼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했습니다. 이 책은

  • 소리의 세 가지 층위(지각음, 배경음, 신호음)를 분석해,
  • 도시 소음이 어떻게 우리 뇌파와 심리 상태에 영향을 주는지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 사운드스케이프 정화를 위한 도시 설계와 공공 정책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제안합니다.

특히 ‘도심 속 자연 소리 되찾기’ 프로젝트 사례는 꽉 막힌 출퇴근길 귀에 이어폰만 꽂고 있던 우리에게, 작은 공원 벤치에서도 자연의 소리가 주는 ‘쉼표’를 발견하게 해 줍니다.

2. 『소리의 철학: 듣기의 기술, 음향의 역사』

(저자: 마리아 그부스카·박혜란 옮김, 글항아리, 2021)
“우리는 들을 줄 아는가, 아니면 그저 소음 속을 유영할 뿐인가?”

철학자 마리아 그부스카는 소리와 듣기라는 행위가 갖는 윤리적·사회적 의미를 탐구합니다.

  •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청각 문화: 종교의례, 시장의 외침, 공장의 기계음이 역사적으로 어떤 상징성을 띠었는지,
  • ‘청각적 불평등’: 부유층이 누리는 고요함과 저소득층이 떠안는 소음 공해의 격차를 비판하며,
  • 공감의 귀 기르기: 무심코 지나치는 이웃의 목소리와 도시 구석의 기계음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되새기도록 안내하죠.

도시가 만들어 내는 다층적 소리의 풍경은, 듣기를 통한 ‘연대’와 ‘배제’를 동시에 드러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어폰을 잠시 내려놓고 창밖 먼발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어질 거예요.

3. 『도시의 소리 여행: 자동차 엔진에서 새소리까지』

(저자: 이정민, 휴머니스트, 2019)
“서울 한복판에서도, 전주 골목에서도 길 위의 소리가 들려주는 각양각색의 사연이 있습니다.”

소리 큐레이터 이정민 작가는 7년간 전국 방방곡곡 ‘소리 답사’를 다니며 기록한 현장 중심 에세이를 선보입니다.

  • 차량 경적과 사이렌이 얽히는 도심 교차로,
  • 지하철 역사에서 들려오는 박수 소리와 안내 방송의 ‘리듬’,
  • 시골 장터마다 울려 퍼지는 흙내음 가득한 대화 소리

각 챕터마다 QR코드로 현장 음원을 제공해, 독자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소리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입니다. 글 속에 삽입된 파노라마 사진과 파형 이미지는, 눈과 귀가 함께 즐기는 ‘오감 교차체험’을 선사합니다.

4. 『잡음의 정치: 소리가 형성하는 공공성』

(저자: 알렉산드라 카발로스·김수현 옮김, 아트북스, 2022)
“소음은 단순히 불편함이 아니다. 공공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일 수 있다.”

이 책은 ‘잡음(noise)’을 사회학적·정치학적 렌즈로 해석합니다.

  • 도시 재개발 구역의 소음 차단 장벽이 저소득층 주거지를 외부로 고립시키는 사례,
  • 항공기 소음 피해로 인한 국제 공항 인근 주민들의 집단 투쟁,
  • **디지털 광장(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언어 폭력’**을 ‘소음’ 개념으로 확장해 분석하는 파격적 시도

잡음은 때로 권력의 도구, 때로는 저항의 신호가 됩니다. 소음 공해 이면에 얽힌 경제적·정치적 이슈를 파헤치며, ‘소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질문을 던집니다.

 

  1. 아침 출근길: 헤드셋 대신 스마트폰 녹음 앱을 켜고 5분간 주변 소리를 담아 본다.
  2. 점심 시간: 인근 공원 벤치에 앉아, 자동차 소음과 새소리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 본다.
  3. 밤 산책: 골목길 불빛 아래, 에어컨 실외기·공사장 소음이 만들어 내는 ‘도시의 비트’를 음미해 본다.

도시의 소리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닙니다.

  • 사람들의 발걸음이 만든 리듬,
  • 대화의 파장 속 기분,
  • 기계음이 환기하는 불안과 기대까지—
    모두 이 거대한 교향곡의 한 성부(聲部)이죠.

네 권의 책을 통해, “소리 없는 공간”이라는 환상을 깨고, 진짜 도심의 ‘심장 박동’을 귀 기울여 들어 보세요. 그 소리가야말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도시의 목소리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