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숨겨진 교향곡, 들려보셨나요?”
발걸음 소리, 경적, 대화 소음, 지하철에서 울려 퍼지는 안내 방송까지—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길거리 소음들이 모여 어느새 한 편의 교향곡을 만들어 냅니다. 오늘은 **“소리의 풍경: 길거리 소음이 만든 도시의 교향곡”**이라는 주제로, 도시라는 거대한 악단이 연주하는 소리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네 권의 책을 소개해 드릴게요.
1. 『사운드스케이프: 우리의 소리 환경과 세계의 조율』
(저자: 레이먼드 머리 셰퍼·김광호 옮김, 난다, 2017)
“소리가 우리의 삶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리를 짓눌러야 할 때도 있다.”
캐나다의 음악가이자 음향 생태학자 레이먼드 머리 셰퍼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했습니다. 이 책은
- 소리의 세 가지 층위(지각음, 배경음, 신호음)를 분석해,
- 도시 소음이 어떻게 우리 뇌파와 심리 상태에 영향을 주는지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 사운드스케이프 정화를 위한 도시 설계와 공공 정책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제안합니다.
특히 ‘도심 속 자연 소리 되찾기’ 프로젝트 사례는 꽉 막힌 출퇴근길 귀에 이어폰만 꽂고 있던 우리에게, 작은 공원 벤치에서도 자연의 소리가 주는 ‘쉼표’를 발견하게 해 줍니다.
2. 『소리의 철학: 듣기의 기술, 음향의 역사』
(저자: 마리아 그부스카·박혜란 옮김, 글항아리, 2021)
“우리는 들을 줄 아는가, 아니면 그저 소음 속을 유영할 뿐인가?”
철학자 마리아 그부스카는 소리와 듣기라는 행위가 갖는 윤리적·사회적 의미를 탐구합니다.
-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청각 문화: 종교의례, 시장의 외침, 공장의 기계음이 역사적으로 어떤 상징성을 띠었는지,
- ‘청각적 불평등’: 부유층이 누리는 고요함과 저소득층이 떠안는 소음 공해의 격차를 비판하며,
- 공감의 귀 기르기: 무심코 지나치는 이웃의 목소리와 도시 구석의 기계음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되새기도록 안내하죠.
도시가 만들어 내는 다층적 소리의 풍경은, 듣기를 통한 ‘연대’와 ‘배제’를 동시에 드러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어폰을 잠시 내려놓고 창밖 먼발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어질 거예요.
3. 『도시의 소리 여행: 자동차 엔진에서 새소리까지』
(저자: 이정민, 휴머니스트, 2019)
“서울 한복판에서도, 전주 골목에서도 길 위의 소리가 들려주는 각양각색의 사연이 있습니다.”
소리 큐레이터 이정민 작가는 7년간 전국 방방곡곡 ‘소리 답사’를 다니며 기록한 현장 중심 에세이를 선보입니다.
- 차량 경적과 사이렌이 얽히는 도심 교차로,
- 지하철 역사에서 들려오는 박수 소리와 안내 방송의 ‘리듬’,
- 시골 장터마다 울려 퍼지는 흙내음 가득한 대화 소리
각 챕터마다 QR코드로 현장 음원을 제공해, 독자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소리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입니다. 글 속에 삽입된 파노라마 사진과 파형 이미지는, 눈과 귀가 함께 즐기는 ‘오감 교차체험’을 선사합니다.
4. 『잡음의 정치: 소리가 형성하는 공공성』
(저자: 알렉산드라 카발로스·김수현 옮김, 아트북스, 2022)
“소음은 단순히 불편함이 아니다. 공공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일 수 있다.”
이 책은 ‘잡음(noise)’을 사회학적·정치학적 렌즈로 해석합니다.
- 도시 재개발 구역의 소음 차단 장벽이 저소득층 주거지를 외부로 고립시키는 사례,
- 항공기 소음 피해로 인한 국제 공항 인근 주민들의 집단 투쟁,
- **디지털 광장(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언어 폭력’**을 ‘소음’ 개념으로 확장해 분석하는 파격적 시도
잡음은 때로 권력의 도구, 때로는 저항의 신호가 됩니다. 소음 공해 이면에 얽힌 경제적·정치적 이슈를 파헤치며, ‘소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질문을 던집니다.
- 아침 출근길: 헤드셋 대신 스마트폰 녹음 앱을 켜고 5분간 주변 소리를 담아 본다.
- 점심 시간: 인근 공원 벤치에 앉아, 자동차 소음과 새소리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 본다.
- 밤 산책: 골목길 불빛 아래, 에어컨 실외기·공사장 소음이 만들어 내는 ‘도시의 비트’를 음미해 본다.
도시의 소리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닙니다.
- 사람들의 발걸음이 만든 리듬,
- 대화의 파장 속 기분,
- 기계음이 환기하는 불안과 기대까지—
모두 이 거대한 교향곡의 한 성부(聲部)이죠.
네 권의 책을 통해, “소리 없는 공간”이라는 환상을 깨고, 진짜 도심의 ‘심장 박동’을 귀 기울여 들어 보세요. 그 소리가야말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도시의 목소리일 테니까요.
'엉뚱방뚱's 인문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이컵의 철학: 일회용 컵이 말하는 소비사회 (7) | 2025.07.14 |
---|---|
“침묵의 언어: 표정 없는 얼굴이 전하는 이야기” (12) | 2025.07.11 |
보이지 않는 손: 알고리즘이 만드는 나의 취향 (10) | 2025.07.09 |
도시의 숨은 시인: 지하철 광고판 아래 낯선 시 읽기 (9) | 2025.07.08 |
기억의 맛: 추억이 된 음식 한 입의 인문학 (8) | 2025.07.07 |